밥 한번 먹자.
“밥 한번 먹자.”
“얼굴 좀 보자.”
“술 한 잔 하자.”
전화를 통하거나
SNS에서 좋은 글을 내게 보내면
겉치레 인사처럼 하는 응답이다.
귀찮을 정도로
좋은 글, 재미있는 그림 등을 보내주는
몇 몇 친구들이 있다.
말로만 그렇게 인사(?)를 하고
만나지도 않은 지가 1년이 넘는다.
아니, 그렇게
몇 년이 지났는지도 모른다.
밥 한 번 먹기가 그렇게 힘들다.
그러다가 정말 오랜만에 만나면
폭삭 늙은 얼굴로 보일까봐 겁난다.
매년 연말이면 영락없이
보고 싶은 그리움이 생기는 친구들이다.
물론 SNS로 새해 인사를 나누면서
금년에는 꼭 한번 만나자며
굳게 약속을 한다.
만남은 없어도
마음만은 늘 같이 있는 것이다.
만나면 솔직히
꼭 할 말도 없다.
건강한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확인하는 꼴이다.
정치, 경제, 종교 등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겉돈다.
대화 소재가 실상은 없다.
그저 정말 얼굴 한번 보는 것이다.
옛날처럼 술이 한잔이라도 들어가면
헛소리도 오고갈 텐데,
이젠 술도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하니
그마저 한계가 있다.
술을 마시는 게 부담되어
딱히 할 말도 없으니
선뜻 만나자고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SNS로 오는 글, 그림, 동영상이
내용에 상관없이 반가운 것이다.
내용이 좋고, 훌륭하고, 재미있고,
배울 점이 있고, 참고가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보내는 정성,
마음이 고마운 것이다.
매일 보내오기에
응답하기에도 버거운 친구도 있다.
미안스러워 가끔 마지못해 응답을 한다.
그러나 저러나
살아 있음의 소식이다.
건재함의 과시다.
Stress나 공해로 여기지 않고,
생활의 일부로 즐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까페, 블로그 등에서
이 친구 저 친구,
이 분 저분,
이 사람 저 사람
모두를
마땅히 할 일처럼
Click하는 이유다.
꼭 궁금해서가 아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건재함을 과시하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