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

인연(因緣)

Peter-C 2017. 11. 29. 07:11

인연(因緣)

인간관계가
때로는 피곤하게 느껴지고
때로는 지치게도 하지만

든든한 고리로 작용할 때도 있고,
흐뭇한 관계로 느껴질 때도 있다.

80년대에
내가 과장(課長)으로서
그들은 과원(課員)으로서 만났다.

일도, 테니스도, 족구도,
놀러 다니기도
형제들처럼 잘도 어울렸다.
주위에서 부러워했다.

뭐든 열심히 잘 했다.
장래가 보장된 듯 자신만만했고,
두려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
나는 연속해서 진급에서 탈락되었다.

내게는 좌절과 암울한 시기였다.
그러나 그들은 나로부터 떠나지 않았다.

쓸쓸하거나 외로움을 잊게 해준
형제요, 동지들이었다.
별 볼 일 없이 추락한 나에게
끝까지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썰물처럼 멀어짐을 느꼈을 때
그들은 한결같았다.

궁금하거나 알아 볼 일이 생기면
그들에게 전화를 하면
귀찮은 기색 없이 자기 일을 모두 제치고
나의 부탁을 해결해주곤 했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그들이다.

혼자서 나를 생각할 때는
재주도 없고, 능력도 부족하며,
보잘것없다고 여겨지고,
한심하게만 느껴지지만,

그들과 함께 자리를 하면
나는 퍽 괜찮은 사람이 된다.

그들이 있기에 내가 있었다.
우울함이나 슬픔을 느낄 때
그들을 생각하면 외로움이 사라진다.

하지만 난
그들이 힘들어 할 땐
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신세만 잔뜩 지고 있는 셈이다.

그들, 다섯이서 오늘
점심을 함께 오붓하게 먹었다.

그들과 만나면
사람 체온이 느껴지며,
사람 냄새를 맡을 수가 있고,
사람 향기를 느낀다.

삶이 살만하다고 여겨지니
얼마나 큰 행복인가.

그들과의 인연은
내 일생의 큰 행운이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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