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취객
저녁 모임이 늦게 끝나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술에 취한 젊은이를 보게 되었다.
물론 가끔 만취한 노인의 술주정도 본다.
나도 한 때 저런 적이 있었을 것,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리라.
이젠 아들 녀석이 저러고 다니지는 않을까,
은근히 걱정스럽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많이 취했다.
안쓰럽다.
공연히 가슴이 찡해 온다.
아니 가슴이 쓰리다.
집에서 가족들이 기다릴 턴데.
결혼을 했을 것 같은데,
집사람이나 노모가 저 꼴을 보면
어떤 마음일까.
“아빠 힘내세요.”라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정다운 친구들과 즐겁게 마시면 오죽 좋으랴.
거래처 사람들과 어쩔 수 없는 자리였을까.
상사의 꾸지람 때문에 한 잔을 걸쳤는지.
직장생활이 얼마나 힘들까.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이 힘들지는 않은지.
걱정거리가 없을 리가 있겠나.
전세 값이 올라 몫 돈 고민.
병석에 누운 노부모는 안 계신지.
남편노릇, 아빠 역할은 잘 하는지.
장래 희망은 있는 건지.
기분이 좋아서 술잔을 기울였다면
저렇게 어깨가 축 처지진 않았을 텐데.
맥없이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가보다.
삶이 무척 고달파 보인다.
술 취한 젊은이를 보면서
못난 사람처럼 괜스레
안쓰러워 눈물이 난다.
세상은 또 왜 이렇게
시끄럽고 어두워만 가고 있는지.
불자(佛子)들은 삶은 고통이라 했다.
삶에는 원천적으로
즐거움보다 힘듦이 많은가보다.
늦은 귀가(歸家)인 나도 한 잔 걸쳤으니
그냥 그렇게 적당히 우울하다.
인생이 피곤하게만 느껴지는 밤이다.
누구는 인생을 채 알기도 전에
이미 반이 지나가고 없다고 했는데,
나는 아직도 인생을 모르겠으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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