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이가 들면

Peter-C 2018. 6. 7. 07:28

나이가 들면

나이를 먹는 게 싫다.
늙은이가 되는 게 싫다.

배배꼬인 늙은이,
옹졸한 늙은이가 될까봐 싫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건강하시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내 속으론
“그럼 내가 어디라도 아파야 했었나.”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왜 그런 마음이, 생각이 나나.
내 스스로 생각해도 고약스럽다.

“요즘 뭐하고 지내?”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처럼
하는 거 없이 바쁘네.”

속으로 “그럼 하는 일없이
빈둥빈둥 지낼 까봐.”하며
나름대로 바삐 지내는 하루가 스쳐지나간다.

외롭고 초라한 은퇴자는 결코 아니라고
강변하고 싶다.

나름대로 보람되고 가치가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고 싶다.

그렇게까지
초조한 모습을 보일 필요까지 있나?
여유롭지 못하다.
더는 더 조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녁을 뭐 먹을까?”
“차리기 편할 걸로 아무거나 먹지 뭐.”
빵으로 먹든 밥으로 먹든
차리기는 마찬가지라는 투로
살갑지 않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재미없다.

까다롭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을 다름이다.
그런데 심사는
밥을 차리면 빵이 먹고 싶고
빵을 차리면 밥이 먹고 싶다.
위선의 삶이다.

아예 내가 차려 먹으면 좋으련만
거기까진 싫다.
점점 작아지는 너그러움이다.

설거지를 잘 해놓고
괜히 손해를 본 것처럼
섭섭해 한다.

할 일이야 많지만
설거지쯤 도와주면 어떤가.
그냥 내 할 일을 했다고 치면 그만이다.

이 모두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병들이다.
버리고 싶은 것들이다.
끈질기게 쫓아다닌다.

“나이가 들면 다 그렇지 뭐.”
그래서 나이를 먹기 싫은 이유다.
그러나 지금도 시간은 흘러간다.

내가 없는 세상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할 수 있을 때,
움직일 수 있을 때,
내 자리가 있을 때,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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