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하루에
선선한 바람이다.
비 온 뒤라 대기도 맑다.
하늘은 높고 푸르다.
구름이 한가롭다.
9월이다.
나무숲속에서
가련한 풀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가지 끝에 매달린 잎사귀가 하늘거린다.
조용하다.
평화스럽다.
먼발치 건축공사장의 소리가 다급하다.
필요가 없는 재촉 소리다.
때가 되면 이루어질게다.
높은 하늘에선 뭉게구름이
여유롭게 내려다보고 있다.
급할 게 없단다.
무더위가 물러가
마음이 고요하다.
어울리지 않게 평온하다.
따뜻한 커피가 당긴다.
머릿속은 옛것을 돌아본다.
미래보다는 과거다.
나빴던 기억은 지우려 애를 쓰고,
좋았던 것을 찾는다.
덕분에 지금도 아름다워진다
그땐 고난(苦難)이였지만
지금은 안락(安樂)이다.
기쁨도 슬픔도
모두 축복이다.
현재의 삶을 긍정하련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생각하면
행복이란 거,
별거 아니다.
그냥 행복했다고 여기면
행복했던 것이다.
칠십여 년 달여진 삶이
겨우겨우 이거다.
후회도 소용없고,
다시가 없다.
미랜 싫다.
기력이 쇠해지거나
병약해질라 두렵다.
늙음이 너무 빠르다.
그저 지금이 좋다.
높고 푸르고
맑고 밝은 하늘처럼.
늘 지금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