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캐기
고구마 캐기에 나섰다.
난생처음 하는 일이다.
친구가 취미로
경기도 이천에 고구마 농사를 지었단다.
이제 수확기라 고구마를 캐서 가져가기를
원하는 친구들을 모았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오곡백과(五穀百果)가 풍성하다.
날씨마저 아름답다.
하늘은 높고 맑았다.
고구마 캐기는 어렵지 않고
특별한 기술도 필요치 않을 것만 같았다.
안 해 본 일이다.
호기심까지 발동했다.
상점에서 사다가 먹는 기분과
직접 캐어내 먹는 기분은 다를 것만 같았다.
호미, 장갑 등 내 딴에 준비를 단단히 했다.
막상 밭을 보니 고구마 넝쿨이 심상치 않았다.
대략 고구마 캐기 요령을 듣고
파기 시작했다.
얼마 돼지도 않아서
허리도 허벅지도 아파오기 시작한다.
삶이 고달플 때,
직장 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세상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등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지 뭐.”한다.
어쭙지않게 함부로 말을 할께 아니다.
농사일을 가볍게 볼게 아니다.
식사 전 기도가 형식적이 아니고
진정한 마음으로 감사해야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풍경이 좋은 멋진 시골에
별장처럼 집을 짓고
집 앞 텃밭에 농사를 짓겠다는
낭만(浪漫)을 꿈꾼다.
귀농(歸農), 귀촌(歸村), 歸鄕(귀향),
개념이 각각이란다.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고향 故鄕)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거나,
글을 쓴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건강을 회복 한다거나
조금씩 명분이 다를 뿐이다.
나에겐 농사를 짓는 일은
두 말할 여지가 없이
어렵고 힘든 일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일도 아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묵묵히 농사일에 종사하시는 분들,
귀농(歸農)하신 분들,
본인은 취미라 하지만
농사꾼처럼 취미로 농사를 짓는 분들,
어찌 그 힘든 농사일을 하실까.
모두 다 존경스럽다.
돌아오면서
뭔지 모른 뿌듯함이 차올랐다.
친구들과 운동도 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셔보고,
산행도 했고, 악기도 연주 해 봤지만
“고구마 캐기”라는
색다른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