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인취급이 싫다.

Peter-C 2019. 3. 18. 07:20

노인취급이 싫다.

내 스스로 “노인”이라하니
쑥스럽고, 민망하다.

“어르신”이라는 말도
무척 겸연쩍다.

노인이 아닌데
노인이라는 것 같기도 하고

노인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인정할 수밖에 없다.

벌써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이 됐나 싶어
당황스럽고 서글퍼진다.
어쩔 수가 없는 세월이요, 현실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요양병원이라도 가야하나 하는
덜컹 무거운 마음이 덮친다.

“그 핸드폰은 어르신한테
너무 비싸고, 복잡해요.”라는 말이
너무 섭섭했다.

속으론 어쩔 수없이
저렴한 것에 눈길이 갔었다.

“새로운 걸 배워서 뭐하게요,
눈도 아프고 골치만 아파요.”라며
편히 지내시란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감상을 할까 했는데
노인들이 볼만한 영화가 없단다.

옷들이 모두 낡아서
새 옷을 한 벌 구입할까 했는데
젊은 애들 옷이나
아니면, 진짜 노인들이 입는 옷뿐이라서
영 마음에 들지 않아 포기했다.

노인취급이 영 달갑지 않다.
노인은 취향도 욕망도 없는 줄 안다.
저승길 가는 준비만 남은
사람으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별로 할 일이 없이
한가하기 그지없는 할아버지로,

남은 생을 자식만을 위하며
자식만을 바라보며 사는,

그것만이 보람 있는 것 아니냐고
착각들을 하고 있다.

미운 것은 여전히 밉고,
좋은 것은 여전히 좋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아직도 즐기며 살고 싶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여전히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다.

변두리 인생 취급은 싫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되는 것도 부담스럽다.

오늘도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바라는
젊은 마음을 잃지 않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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