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소회(所懷)
금년에는 모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시시한 이야기와 웃음을 주고받는
그 흔했던 모임들 말이다.
시시껄렁했었던,
참석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던 모임들이
수 없이 스쳐지나간다.
기억할 수도 없는
그 허술했었던 대화들이 그립다.
따뜻하고 소박한 음식이 차려져 있고,
오순도순 말과 웃음소리가 정겹다.
웃다보면,
부끄러운 것도, 못난 것도
지워지고 새롭게 보였다.
무슨 말을 해도 괜찮았다.
그땐 행복이 무엇인지 몰랐고,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어도,
지금 보니까 그게 바로 행복이었다.
행복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같이 행복해진다.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는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
행복도 전염된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괜찮은 사람과 한 자리에 있으면
나도 덩달아 괜찮은 사람이 된 느낌이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것저것 닮고 싶어져
어깨 너머로 배우게 된다.
물드는 것이다.
모임을 강제로 못하니
세월이 아깝다.
나이는 자꾸만 늘어만 가고,
기력은 쇠약해질 텐데,
건강상 이유로
참석 못할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갈 것이다.
황 동기처럼 하늘의 부름도 받는다.
모임을 위해
때와 장소를 정하는 일,
참석여부를 챙기는 일,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야속하게도 잊고 지내는 존재다.
그런 일은 티도 안 난다.
간단하고 쉬운 일로 여기지만,
책임과 부담이 붙어있다.
잘 드러내지 않는다.
공치사가 꺼려지는 것이다.
주목받지 못하지만
중요한 일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모임들은 대개가
목적도, 가치도 또렷하지가 않다.
그저 얼굴 보고 밥 먹는 것이다.
돌아갈 집이 있듯,
모임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다.
속상할 때 하늘을 쳐다보듯,
내가 기댈 수 있는 모임이 있다는 건
커다란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