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 맞고 있는 나무

Peter-C 2021. 7. 6. 07:08

비 맞고 있는 나무

 

얼마 전에 나뭇가지 끝에 봄이 왔었다.

연초록빛이 아름다웠었다.

기나긴 추운 겨울을 생각하면

대단하고 신비스러운 부활이었다.

 

지금은 짙은 녹색이다.

생기가 넘친다.

 

나무는 언제 어디서나 잘 어울린다.

아침은 아침대로, 저녁은 저녁대로,

산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정원에서도.

 

나무 곁으로 장마철이 다가왔다.

하늘에서 나무로 비가 내려,

나무의 외로움을 적셔주고 있다.

 

나무는 비를 피하지 않고,

그냥 맞이하고 있다.

세차게 올 때도 있고,

가볍게 내려앉을 때도 있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어 본다.

새들이 앉아 지저귀다가

나무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날아간다.

 

따가운 햇볕이 나무를 괴롭힐 때면

나무 빛깔은 반사적으로 빛이 더 난다.

나무는 거부할 줄을 모른다.

 

하늘에서 눈이 내릴 땐

조용히 고요히 얌전히

그냥 맞이한다.

 

나무는 앞과 뒤 구별이 없다.

나무는 여기가 앞이라고 표를 내지 않는다.

 

앞이고, 뒤는 관심 밖이다.

그건 사람들의 시선이다.

굳이 나타내질 않는다.

내가 어떤 나무라는 걸 말이다.

 

옆에 나무와 친하게 지내려면

서로 정면을 바라봐야 하는데

아예 부딪치고 섞여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불면

울음소리인지, 사랑 나눔인지,

소리만 세차고 시원하다.

 

바람이 잦아들면

하늘 높이 솟은 나뭇가지 끝자락은

하늘거리며 여유롭게

언제 그랬느냐는 듯 놀고 있다.

 

나무가 사람을 싫어한 적 없듯,

나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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