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뒹구는 낙엽
낙엽은
청초했던 새싹시절도,
짙푸른 숲을 이룰 때도,
눈부시게 푸르렀던 때도,
신록이 꽃보다 아름다웠을 때도,
화려한 단풍을 지을 때도 있었다.
이제 떨어진 잎이 되어
가을바람에도 힘겹다.
곧 엄동설한을 채비해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침이 지나면 저녁이 오고,
여명을 봤으니 황혼이 온다.
삼라만상의 섭리다.
꽃이 피면 지게 마련이지만,
열매를 맺었으니 한 몫은 했다.
시든 꽃이 거룩하단다.
죽어가는 듯 움츠려지고,
쌀쌀해지며 차가워진다.
속절없이 허망하다.
자연의 힘을 어찌 거를 수 있나.
자연은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배우고 따라야 할 순리다.
작은 깨달음이다.
높은 하늘과
먼 산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변함이 없으리라.
겸손해지고,
씁쓸해지며,
슬퍼지고,
그리워진다.
11월의 병이다.
천국에 계신 영혼을
생각하고 위로하는
위령성월(慰靈聖月)이다.
위로로 위로를 받는다.
그나마 큰 위안이 된다.
위로받은 영혼은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본다.
내가 잊고 있는 건 없는지,
오늘의 삶을,
내 참모습을,
깨우치려 찾는다.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지,
길게 숨을 고르며,
길을 잃지 말자고 다짐을 한다.
그게 살 길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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