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삶
뭐든지 잘 먹었다.
없어서 못 먹었다.
배고픈 걸 참지 못했다.
배가 고프면 어지러워 쩔쩔맸다.
먹을 게 없어 끼니를 걸은 기억은 없다.
나 어렸을 적에 우리 집은
아주 부자는 아니었지만
가난하진 않았다.
7남매에다가
시골의 외사촌 형, 이종사촌 누님까지
서울의 우리 집에 와, 학교에 다녔다.
대식구가 복작거리면 살았다.
유복한 집이었다.
감사한 일이다.
크게 아픈 적도 없다.
장기 입원한 적도 없다.
건강한 육신도 감사한 일이다.
살아오면서 남으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았다.
인복(人福)을 타고 났다.
제대로 감사 표시를 했는지 모를 일이다.
부족함에 불구하고
인간관계를 유지해 온
친구들에게도 감사함을 느낀다.
친구와 크게 싸운 기억이 없다.
어려움에 슬픔 속에 빠졌을 때도,
고통이나 고난에 처했을 때도,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친지들이 꼭 있었다.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사에 대해 불평과 불만을 하는 나를
믿고 인정해주는 친구가 늘 옆에 있었다.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친구에게 까칠하게 굴거나 거만하게 굴어
마음의 상처를 입힌 적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진실로 사과하고 싶다.
건강한 가족들이 있어 늘 든든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고 지내면 행복이다.
고마운 일이다.
그땐 힘들고 괴로웠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그때가 행복한 시절임을 절감한다.
늦게나마 느끼는 행복감,
이 또한 행복한 일이다.
사소한 일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
이보다 더 소중한 일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