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春雪)
이 봄날에
한겨울 함박눈처럼
눈이 쏟아지고 있다.
기쁨의 축복인가,
신비의 환희인가.
땅바닥에 도착하자마자
방금 내리던 기세는 사라졌다.
창가에 물방울은
아랑곳하지 않는 채
모른 척 외면하고 있다.
광란의 잔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금방 녹아 사라질걸
왜 왔는가.
시골에 사는 부모님을 뵈러
서울에 사는 아들네가 밤늦게 왔다.
밥을 먹는둥 마는둥,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룻밤 자고는
꼭두새벽부터 서울로 간단다.
모친께서 금방 갈걸
고생스럽게 뭣 하러 내려왔냐고
구시렁거리신다.
봄눈이 그렇다.
아쉬움을 남기듯,
서운함을 뿌렸다.
금방 사라질걸
왜 왔나.
그래도,
안 온 것보다
왔으니 반갑다.
안 그래도
지난겨울엔
눈이 적었었다.
봄이 너무 일찍 왔다고
시샘하는 걸까.
아직 내가 있다,
나를 잊지 말라는
몽니인가.
분명한 건,
부모와 자식,
인간과 자연의
따뜻한 사랑과 신뢰는
섭리요,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