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뒷모습
“그대 뒷모습”
정채봉 작가 수필집의 이름이며
수필의 제목이다.
외람되게 그 수필의 일부를 발췌해 본다.
첫 문장이다.
“유능한 관상가는 세수조차도 하지 않은
본래의 얼굴을 보고자 한다고 들었다.
아니, 그보다 더 나은 관상가는
뒷모습을 눈여겨본다고 했다.”
작가는 이사했을 때,
전 주인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지금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면서
그 내용을 수필에 소개한다.
“그 집에서 7년을 살았던 사람입니다.
상면할 기회를 사정상 가지지 못해 미안합니다.
제가 오늘 펜을 든 것은
그 집에서 살아 본 사람으로서
일러 드리고 싶은 두어 가지가 생각나서입니다.
건넛방에 연탄가스가 한 번 샌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경미 한 일이었고 곧바로 수리했습니다.
혹시 모르니 가구를 들여놓기 전에
한 번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어쩌다 부엌 하수구가 막힐 때도 있었는데
그것은 부엌 뒤꼍에 있는 작은 돌무더기를
헤쳐 뚫으면 큰 힘이 들지 않습니다.
찬거리를 사실 때는
골목 시장의 끝에서 두 번째 있는
할머니 가게에서 사는 것이 싸고 맛있습니다.
그 할머니는 부모 없는 오뉘를 공부시키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분이라 하는군요.”
이 수필을 읽고 감동을 안 먹은 이 없으리라.
먼저 살던 분의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 나라의 대통령 인수인계가 감동은커녕
추한 모습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초등학교 반장도,
군대 소대장 인수인계도
그러하진 않을 것이다.
낯뜨겁고, 부끄러운 일이다.
잘 한 것이 없고,
얼마나 많은 비리를 저질렀으면
그리도 불안한 모습일까.
부끄러운 줄 모르고
몽니를 부리고 있는
대통령의 뒷모습이
한심하고 안쓰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