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
14년 전에 지금 살고 있는
이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곳곳이 낡아 손을 내민다.
주방, 화장실, 창문틀에서
크고 작은 말썽이 자주 생긴다.
오래되 때가되면
고장 나는 것은 당연하다.
가전제품은 새것으로 구입하거나
출장 Service를 받으면 된다.
집은 새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하면 되는데
형편이 여의치 않다.
추석맞이와 월동준비를 하듯
일을 벌였다.
수리공사는 살림살이 때문에
불편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엔 아랫집 천정에 누수가 생겨
우리 집 배수관을 점검하느라
난리법석을 부린 적이 있다.
또 언젠가는 장롱 밑에 물이 흘러
무슨 큰일인가 겁을 먹은 적도 있었다.
알고 보니 장롱 속에 넣어 둔
스팀다리미에 물을 완전히 비우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다.
그때마다 관리소와 보수업체와
벌이는 실랑이가 보통일이 아니었다.
오늘은 각방의 문짝 수리와
화장실 정비다.
이틀간의 공사다.
당연히 불편을 감수해야한다.
작업자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저것 아는 척도 하고
잔소리도 해야 하는데
원래 그런 것을 못하는데다가
체력도 약해져
그냥 얌전히 지켜만 봤다.
어렸을 적
추석명절맞이 대청소가 생각났다.
각방의 문을 들어내
우물가에 기대놓고
문창호지에 물을 뿌려
깨끗이 씻어내어 말린 후
새 창호지에 풀칠을 해 발랐었다.
돈을 드려서 수고한 결과가
확연하니 은근히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