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첫눈치고 많이 온다.
나뭇가지가 눈을 무거워한다.
눈 밟는 소리도 듣고 싶다.
내 마음과는 달리
가을을 얼른 보내고
겨울이 얼른 오라는 듯하다.
회색빛 세상이다.
조용히 내리고 있다.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떨어지기 싫어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있는 잎들 위로
가볍게 내려앉고 있다.
세상이 시끄럽다하여
조용히 잠자코 기다리라는 듯
귓속말을 하면서 내린다.
지저분한 세상을
깨끗함을 보여주려는 듯
가만히 조심스럽게 내린다.
널브러져 있었던 낙엽들은
부끄러움을 아는 듯
백색 세상 속으로 숨었다.
나무들은 흰 꽃나무가 되었다.
붉은 색이었던 잎도,
노랗던 나뭇잎도,
눈을 덮어쓰고 있다.
멀리 보이던 건물도
회색빛 눈 속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온 세상이 눈으로 가리어졌다.
세상의 모든 추악한 것들이
눈 속으로 사라져
영영 다시는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