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 가습기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시가지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말을 걸기란
특별한 용무가 있지 않고서야 가능한 일이겠는가?
허나 호젓한 산길에서 드문드문 만나는 등산객에게는
눈인사라도 하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더구나 나에게
큰소리로 인사를 건네면
마다 않고 응당 답례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산행 중에 깊은 사색에 몰입하고 있는데
말을 걸면 생각이 흩어질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본체만체하고 자기 갈 길을 열심히 갈 뿐이다.
산행 중에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일은
대개가 길을 묻는 것으로 시작된다.
“정상으로 가려하는데 이 길이 맞습니까?”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습니까?”
“산행하기 좋은 날입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즐거운 산행을 하십시오.”
그래도 어렵사리 인사를 건넸으면
헤어질 때 기분이 좋아야 한다.
기분 나쁘게 답례를 해 오면
뒷맛이 씁쓸하다.
기왕이면 미소와 함께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으로 대해 주어야 한다.
괜히 퉁명스럽게 응수를 할 필요가 없질 않는가.
평화스러운 분위기가 좋다.
쓸데없이 긴장을 하게 한다든가
의심의 눈초리로 보면
상대방도 마찬가지 느낌일 것이다.
어제 산행 중에
모르는 등산객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밤을 주었습니까?”
내가 솔방울을 주어 비닐봉지에 담아 들었다.
그 사람은 내가 밤이나 도토리를 주운 것으로 여겼다.
“아닙니다. 솔방울입니다.”
의아스러운 눈초리다.
솔방울 용도를 잠시 설명을 해 주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물에 삶아 소독까지 해서
그릇에 담아 방안에 놓으면
솔향기도 나고 가습효과도 있다며
자상하게.
겨울에 건조한 방안에 천연 가습기 역할로
더 없이 좋으며
건조하면 감기에 걸리기 쉽다는 것까지
친근하게.
처음 듣는다며
무척 호기심까지 보인다.
그래서 인터넷에 한번 찾아보시라고
친절하게 부언(附言)설명까지 했다.
물론 그 사람이나 나나
산행을 즐기라며 기분 좋게 헤어졌다.
원래 인사란 상대에게
적대감이 없다는 의사표현이란다.
가벼운 인사를 잘 나누는 서양과는 달리
우리 문화는 모르는 사람과
인사말을 잘 나누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살이에서는 인사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소홀히 한 것 중에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