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짧은 봄꽃 향연(饗宴)

Peter-C 2016. 5. 2. 06:01

짧은 봄꽃 향연(饗宴)

봄에 꽃은 아무래도
개나리와 진달래 그리고 목련이다.

이들은 성급하게도
꽃부터 먼저 핀다.

봄을 재빨리 알리려 듯하다.
추운 겨울을 잘도 견뎠다는 인사다.
봄을 기다려 주어 고맙다는 답례다.

겨울이 끈질기게 가시지 않았던 칙칙한 판에
개나리꽃은 무척 반갑다.

개나리의 노란색은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확연하다.
노란색은 봄의 색깔이다.

개나리꽃이 피면
진달래꽃도 보이기 시작한다.

“영변 약산의 진달래”를 상상하며
진달래 능선에서 만나야 제격이다.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을 흥얼거려본다.

어느 날 문뜩
정원의 목련꽃이 핀 것이 발견된다.
그땐 한참 봄이다.
본격적으로 봄을 즐기라는 신호다.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

이 봄꽃들과 함께
활기와 희망이 솟는다.
낙천적이며 자신감이 찬
상쾌한 아침과도 같다.

그런데
봄은 잠시잠간이다.
봄이 왔다가는 금방 간다.
봄꽃들과 아쉬운 이별이다.

비가 한두 차례 소리 없이 오더니
시샘을 하는 강한 비바람 속에
꽃들은 나가떨어진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개나리꽃, 진달래꽃 그리고 목련화!
봄꽃의 향연이 겨우 열흘이라니
노래가사가 야속하다.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
그 화사했던 진달래
고고(孤高)한 목련을 다시 보려면
1년을 기다릴 수밖에.

빨리 개나리꽃을 잊어버리라는 듯,
이별의 한을 품었다는 진달래꽃이 상징하듯,
그렇게 봄은 훌쩍 떠나갔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가슴 저린 이별이다.
봄꽃 향연이 너무나 짧다.

이내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바뀌었다.

꽃은 땅에 떨어졌어도
봄의 詩와 노래는
나뭇잎에 매달려 있다.

이제
계절의 여왕, 5월이다.

또 다른 계절,
또 다른 꽃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녕사  (0) 2016.05.14
수원천  (0) 2016.05.07
꽃이 있어서  (0) 2016.04.27
사진 찍기  (0) 2016.04.25
도서관으로 가는 길  (0) 2016.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