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

아파트 생활

Peter-C 2017. 5. 27. 06:02

아파트 생활

어제 30년 전에 같은 아파트에서 같이 살았던,
지금은 여러 곳에서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지만,
그때를 잊지 못해 네 가구가 모여
점심을 같이 했다.

그땐 아이들이 초등학생, 중학생이었는데
이젠 애들, 손자들까지 생겼다.
어엿한 가장들이요, 사회인들이다.

만나면 그저 그 옛날
아파트에서 같이 살던 이야기뿐이다.

한 층에 4가구가 사는 Tower형 아파트였다.
Elevator에서 만나 같이 올라가 4층에서 내리면
현관문이 네 개로 각자의 문으로 들어가면
각자의 세상이다.

어느 날 저녁 식탁에
새로운 나물이 올라와 있다.
앞집에서 가져다 준 것이란다.

어느 날은 옆집에서
김치 속이 남았다고
굴 쌈과 함께 한잔 하자면 부른다.

어느 휴일에는
날씨가 좋다면
아파트 잔디밭에서
고기를 구어 먹잔다.

야외 Barbecue Party가 벌어지는데
우리 집에 웬 이런 양주가 있었다며
손에 들고 나온다.

그땐 그랬었다.

지금은 Elevator에서 만나면
인사 정도하는 사이다.

술도 이젠 꺼리는 나이요,
오고가고 하는 것도
귀찮고 부담스럽다.

그래도 가끔 고향에서 나물을 가져왔다며
드셔 보시라고 건네준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더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일가친척처럼 여겼다.

서로서로 성품도 버릇도
속속들이 모르는 게 없었다.

동네 어른들 앞에서는 무조건 양순했다.
조심스러웠고, 무섭고 어려웠다.

내가 어렸을 적,
내 아이가 어렸을 적,
내 손녀가 어렸을 적의
아파트 생활이 발전하는 건지
변화하는 건지
달라지고 있다.

이웃사촌이라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이
사라지는 기분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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