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의 일기(日記)
이 가을은
이제껏 살아 온 내 삶을
새삼 뒤돌아보게 한다.
지나 온 세월이 빠르게 지난 느낌이고
아직 살아야 할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으니
그런 기분이 든다.
삶이 다급해진다.
풍요와 여유도 잠시
쌀쌀해진 날씨 덕분에 겨울을 서두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삶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 온 기분이다.
허겁지겁 살아 온 삶이다.
욕심이 앞섰고,
자만(自慢)과 안일(安逸)한 생각에
노력은 뒷짐이었다.
싸울 줄도
참을 줄도 몰랐다.
그냥 조급하고 성급하기만 했다.
핑계도 찾았고,
남의 탓도 많았다.
긴장 할 줄도,
경쟁 할 줄도 몰랐다.
비겁하게 피하기만 했다.
요행만 바랐고
행운만 믿었다.
막연히 어떻게라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기쁨도 성취감도 잠시뿐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했는데
한가롭게 때만 기다렸다.
때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아니 내가 때를 만들지 못했다.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했다.
나는 좋은 열매를 맛보지 못했다.
나는 가히 좋은 나무가 아니었다.
이제 아직도 늦진 않았다.
늦게라도 알았으니 됐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살면 된다.
이 가을에
삶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산다는 것은 그저 살아있음에 불과하다.
한없이 푸른 가을 하늘이
너무 투명해서
아주 작은 죄도 지을 수 없을 것 같다.
제대로 된 삶을 통해
아름다운 마음과
따뜻한 가슴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이 가을처럼
자연스러운 삶을 살고 싶다.
풀잎에 스치는 바람에도
행복함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