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산행을 할 때
배낭을 메고 간다.
먹을 것, 마실 것,
비옷, 여분의 옷 등이 들어있다.
당연한 필수품들이다.
짐이다.
꼭 필요한 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그런 짐들이 있다.
작은 짐, 큰 짐
고통스러운 짐, 행복에 겨운 짐,
부질없는 짐, 없어도 그만인 짐,
등등 다양하고 여러 가지가 있다.
젊었을 땐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
소속된 조직에서의 책무,
가족에 대한 사랑,
힘겨울 때도 있고
목숨보다도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도 있는
거창하고 명예스러운 짐도 있었다.
나에게 짐들은 무엇들이 있는가?
내가 책임을 질 일들은,
나의 소임은 무엇들인가?
정말 쓸데없는 짐들뿐인가?
산행을 하다보면
갑자기 시야가 훤하니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듯
짐이 벗어지면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산과 하늘과 나무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산과 산이 만나고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로 넘나들듯
당연히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지치게 하는 것은
눈앞에 올라가야 할 산이 아니라
신발 속에 들어 있는
작은 모래알이란 말도 있다.
당장의 사소한 걱정거리가
큰 고통이요, 문제인양 호들갑이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양,
풀 죽은 모습이나
영원히 살 것처럼
의기양양한 모습도
거기서 거기란 말이다.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살고 있고,
살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나이에 짐이 무슨 대순가.
두려워할 일이 없는데
두려워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요,
두려워할 이유가 있는데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라 했다.
그날의 짐은
그날로 충분하다.
가볍다 여기면 가벼워진다.
고단한 하루는 지나가면 그만이다.
즐겁다 생각하면 즐겁다.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
행복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