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맑고 깨끗한 날들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다.
산과 들은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다.
점점 색이 짙어간다.
들녘에는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풍요롭다.
새소리도 행복이 가득하다.
학교 가는 아이들의 옷차림이 푸근하다.
재잘거리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친구가 보내 온 문자 내용이
너그럽고 넉넉하다.
다른 친구들도 그립다.
그들도 나를 잊지 않고 있겠지.
그의 소식을 기다리기보다
차라리 내가 먼저 안부를 물어야겠다.
지금쯤은 누군가가
나의 좋은 점,
나의 멋진 모습을 생각하며
내 이름을 부르고 있겠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소리는
귀에 익고 편안하며
나를 달콤한 추억 속으로 데려간다.
연극 초대장, 음악회 안내장, 행사 계획서
아파트 게시판도 풍성하다.
풍요롭게 익은 들녘을 지나
외갓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그림처럼 생생해서 그립다.
삼각산 산봉우리에서
황홀경에 빠졌던 단풍을
다시 보고 싶다.
이 풍요로운 계절에
신문방송의 News는 엇박자다.
보통 심술궂은 것이 아니다.
밝고 희망찬 소식들로 바꾸어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맑은 웃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가 범람하고
상점마다 장사가 번창하여
시장골목이 시끌벅적거리겠지.
세계평화와 남북자유평화통일은
꿈과 희망이 아니라
이 높고 푸른 하늘처럼
현실로 다가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