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자리다툼
앉으면 주인이요,
누가 먼저냐이다.
나는 지하철에서는 될 수 있는 한
운동 삼아 서서 가려 한다.
멀리가거나 편히 앉아 책을 읽고 싶을 땐
자리가 있는지 살핀다.
지하철로 제법 먼 거리를 가는 중이었다.
양재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탔다.
혼잡한 역이다.
나는 서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가 구시렁거린다.
언뜻 돌아보니 중년 아줌마인데
부잣집 맏며느리처럼 복스럽게 잘 생겼다.
내가 탄 지하철은
교대, 고속버스터미널 역을 거쳐서 간다.
사람들 왕래가 많은 역으로
자리에 앉을 기회도 많다.
교대역에서 내 앞에 사람이 일어섰다.
뒤에 있던 아줌마가 나를 밀치고
그 자리에 앉는다.
미안한 기색도 전혀 없다.
당연하게 여기는 듯 아주 당당하다.
예쁘게 보였던 얼굴이
순식간에 밉상으로 변했다.
순간적으로 내 마음도 간사했다.
나도 앉고 싶었던 모양이다.
“앉으세요!”,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말 한마디만 했어도
그 얼굴은 더욱 예쁘게 보였을 것이다.
자리가 제법 비어 앉아서 가는 중이다.
옆에 앉은 사람과
그 앞에 서서 가는 사람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간다.
내가 책을 읽고 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소곤대는 말소리가 작지가 않다.
마침 내 옆자리 사람이 일어섰다.
내가 일행임을 알기에
옮겨 앉으며 내 자리를 양보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그렇게 힘든 말인가.
난 그 말이 듣고 싶었나보다.
우리나라는 요즘 높은 건물, 고층 아파트,
대형 Shopping Mall 등이 즐비하다.
선진국의 유명 도시 못지않다.
외형은 풍요롭게 발전된 모습이다.
서울의 지하철은 가히 세계적이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 무색하다.
기본이 안 되어있는 건지,
근본이 잘못되었는지,
거짓과 선동, 중상모략이 난무한 현실이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
여기도 저기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겉만 번드르르하고
속은 아직도 미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