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사용 명분
동기생 백마모임의 기금이
내 명의로 되어있다.
금융실명제 때문이다.
어쩔 수없이 회계다.
총무가 없다보니 자연 총무일도 한다.
현재 기금은 칠백여 만원이다.
일 년에 십 만원씩 회비로 모인 결과다.
나의 불성실로 더 이상 회비 거출은 없다.
흐지부지 그렇게 됐다.
회비를 내는 사람은 꼬박꼬박 잘 내는데,
안 내는 회원들도 많다.
미납회원에 대한 납부독촉을 안했다.
사회적인 지위와 명성이 있는 회원들이니
구태여 돈 내라 말라가 면구스럽기 때문이다.
내가 임무를 태만히 하고 소홀히 한 결과다.
기금의 회비납부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경조사 위주로 지출은 아직도 대비해야한다.
예전에 모임 때에 식사비는
어느 회원이 한 턱을 내는 경우가 많았고,
참석자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
각자부담(Dutch Pay)으로 했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모임이 있었다.
졸업50주년행사준비회의였다.
7명의 백마가 모였다.
백마모임에서 행사를 기획, 준비,
집행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음료와 식사비를
백마 동기회 기금에서 지출했다.
기분이 말끔하지 않았다.
기금은 쓰라고 모은 건 맞다.
옳게 써야한다.
쓸 때는 써야한다.
명분이 또렷해야한다.
몇몇이서 밥 사 먹으려고 그렇게 모았나?
내 돈으로 지불 한 것으로 할까?
살짝 고민이 된다.
세월이 조금만 더 가면 돈이 있어도
쓸 수가 없는 나이가 될 것이다?
내 돈처럼 함부로 쓰는 건 아닌지?
억지 명분은 아닌지?
액수가 적고 많고 간에
공금은 공금이다.
공금 사용이 엄중했는지?
남겨서 무엇 하는가?
남는 기금 어디에 쓸 것인가?
나누어 갖자?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쓰자?
나이가 더 들면 움직이기 힘드니,
지금 여행을 할 수 있을 때 여행비로 쓰자?
이렇게 함부로 쓰자고 악착같이 모았나?
쓸 수 있을 때 쓰자?
쓸 기회는 지금이 적기다?
뭐 그리 세심하게 신경을 쓰나?
대충 생각하자?
뭐 그리 큰 잘못이 있나?
국민의 혈세를 헛소리하는 방송인에게 퍼줬다며,
북괴에게 퍼주는 국고를 낭비했다며,
그렇게 흥분하며 분통을 터트렸지 않았나?
정작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