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찻잔 옆으로
낙엽이 놓여있는 그림이
정겹게 느껴진다.
가을이다.
꽃 대신 열매다.
열매가 익어가는 철이다.
상큼하고 탐스럽다.
풍성한 느낌이 좋다.
어디 나무 열매뿐인가,
이 몸도 익어간다.
내 나이, 가을이다.
젊었을 적 나이엔
계절의 나이를 못 느꼈었다.
지나고서야
아쉽고 안타깝다.
이 가을에
뒤늦게야 깨쳤다.
나이에 걸맞게 익어야 않겠나.
열매는 싱싱하게 여물어지는데
잎사귀는 시들시들 색깔을 입어
열매를 돋보이게 한다.
가을바람이다.
제법 선선하다.
햇볕은 여전히 따갑다.
덥다가도 싸늘하다.
찬 바람이 싫었다, 좋았다 한다.
변덕스럽다.
가을바람은 사납지가 않다.
숲 울림은 가을이 오는 소리다.
높은 가을 하늘과 어울린다.
마음도 깊어진다.
그 마음은
보이지도 않고,
그저 느낌으로만 여겨지는,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는,
이 가을의 축복이다.
무턱대고 고맙고
덮어놓고 감사한 마음이
차오른다.
뜬금없이
이 가을에
고마운 마음으로
열매를 맺고 싶다.
아버님!
어머님!
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