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손님 행세

Peter-C 2022. 8. 1. 06:44

손님 행세

 

엊그제 머리 못하는 집에서

이발을 했다.

 

젊었을 때부터 이발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다.

 

사실 관심은 있는데,

이발사에게 이러쿵저러쿵

구체적으로 주문하기 싫어서다.

까다롭게 보일 까봐서다.

 

식구들은 앞머리를 너무 짧게 자르지 말란다.

난 그 주문을 잊어버리고

그냥 예쁘게 깎아 달라고 한 마디만 한다.

 

음식점엘 가도 Menu에 대해

꼬치꼬치 묻질 않는다.

음식점에 들어 서기 전에 이미

Menu를 정했지 않았나.

과도한 손님행세가 싫은 것이다.

진상 손님이 아님을 과시(?)한다.

 

영어회화 연습의 최선은

외국에 나가 상점에서

꼬치꼬치 묻는 것이란다.

살 것처럼 요리저리 물으면

점원은 응답을 안 할 수가 없는 노릇,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어서다,

 

손님 노릇도 쉽지 않다.

갑 질로 보일까봐서다.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는 모습,

이런 때가 두 번 다시 오겠나,

이 기회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심사,

그렇게 보일라 조심스럽다.

 

내 이익만 챙기거나

내 입장만 주장하는

깍쟁이처럼 보일라

미리 경계를 하는 것이다.

 

너무 과분하게 손님 대우를 받아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를 때가 있다.

당연히 손님이지만,

손님 노릇이 쑥스럽고 어색하다.

 

손님 노릇은

밝은 표정이었다가 어두운 표정보다는

어두운 표정이었다가 밝은 표정으로,

아니, 늘 밝은 표정이 좋겠다.

 

행복한 삶은

늘 밝고 맑은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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