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낙엽
개천절 아침이다.
하늘이 열린 날인데
하늘이 닫혔다.
광화문에 태극기 물결을 생각하며
태극기를 꽂으려니 비가 내리고 있다.
가을비다.
마음이 착잡해진다.
괜히 그렇다.
비에 젖은 낙엽이
추접스럽다.
그렇게 되고 싶었겠는가.
그렇게 되는 운명이다.
노년의 삶은
비에 젖은 낙엽처럼 산다고 했다.
기력이 쇠하고 병약하니
그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꼼짝을 못한다.
가족에게 찰싹 붙어
의지하는 모습이다.
경제활동이 없어진 남편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비에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납작 달라붙어
잔소리 한마디 안 한다.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
그래야 식구들이 평안하다.
비가 촉촉이 내리니 추억 속에 잠긴다.
비에 젖은 낙엽이 땅바닥에 붙어서
가을의 아름다움을 상기시켜준다.
가을은 노년의 상징이다.
말년의 두려움보다는
황혼의 멋진 삶을 꿈꿔야한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
웃고 떠들며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즐거움이다.
내 삶이 그래도
순조롭고 순탄하게 살고 있음은
대단한 행운이며 축복을 받은 삶이다.
아직도 내 삶이
더 살아 갈 희망이 있다는 건
내 삶이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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