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가을비가 내리는
일요일 오후다.
시끄럽던 풀벌레 소리도,
재잘거리던 새소리도,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적막하다.
비는 하늘로부터 내려와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세상을 조용하게 만든다.
빗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비는 쓸쓸함을 몰고 와
외로움에 빠지게 한다.
혼자인 것처럼 느껴진다.
단절된 두려움이다.
삶은 비처럼 혼자가 아니다.
삶에는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다.
더구나 가을비는 장맛비가 아니다.
곧 낙엽처럼 수그러진다.
지난밤에 비바람이 요동친 모양이다.
창가에 비에 젖은 나뭇잎이
애처롭게 붙어있다.
창문에 부딪친 비는
눈물이 되어 흘러내린다.
해가 구름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비가 그치자
성급한 산책객이
강아지를 앞 세우로
비에 젖은 낙엽을 밟고 있다.
창문을 여니
먼 곳으로부터
생활소음이 음악이 된다.
점점 풀벌레 소리가 커지고
새들의 지저임도 크게 들린다.
삶의 활기가 다시 샘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