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비

Peter-C 2023. 11. 6. 07:09

가을비

 

가을비가 내리는

일요일 오후다.

 

시끄럽던 풀벌레 소리도,

재잘거리던 새소리도,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적막하다.

 

비는 하늘로부터 내려와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세상을 조용하게 만든다.

 

빗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비는 쓸쓸함을 몰고 와

외로움에 빠지게 한다.

 

혼자인 것처럼 느껴진다.

단절된 두려움이다.

 

삶은 비처럼 혼자가 아니다.

삶에는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다.

 

더구나 가을비는 장맛비가 아니다.

곧 낙엽처럼 수그러진다.

 

지난밤에 비바람이 요동친 모양이다.

창가에 비에 젖은 나뭇잎이

애처롭게 붙어있다.

 

창문에 부딪친 비는

눈물이 되어 흘러내린다.

 

해가 구름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비가 그치자

성급한 산책객이

강아지를 앞 세우로

비에 젖은 낙엽을 밟고 있다.

 

창문을 여니

먼 곳으로부터

생활소음이 음악이 된다.

 

점점 풀벌레 소리가 커지고

새들의 지저임도 크게 들린다.

 

삶의 활기가 다시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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