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不可思議)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가 있다.
부산의 불량고교생들의 이야기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
부산 사나이들의 의리로
친구사이로 지내오고 있다.
고교동창들이니
60년을 가까이 지내온 사이다.
나 혼자 서울토박이로 끼워졌다.
집안 사정도 낱낱이 꿰차고 있다.
성격과 버릇도 잘 알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도
몸에 배어있다.
가끔 대화는 욕지거리에 가깝다.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말이 오고간다.
서울말투에 익숙한 내가 볼 땐
친구고 의리고 이젠 다 끝났다 싶다.
예의에 벗어나는 대화가 비일비재하다.
남들이 들으면 싸움 난 줄 착각할 것 같다.
이내 웃어젖히니 농담이었다.
내가 옆에서 보기엔 심한 농이었다.
어디까지 진담이고 농인지 헷갈린다.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
살가운 대화도 주고받는다.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친구관계가
불가사의(不可思議)다.
어떻게 이런 막역한 사이다 됐을까?
섭섭한 감정이 왜 없겠는가.
사소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진득함과 우직함이 경이롭다.
오래가는 친구 관계의 핵심은
덤덤함이다.
널뛰지 않는 부산사나이들의 의리,
사소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서로의 강한 믿음이 바탕이다.
마음의 소리를 주고받는다.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굳이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