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소리
사계절 중, 여름의 소리가
가장 왕성(旺盛)하다.
더위와 싸우는 소리다.
매미소리가 그 첫째요,
천둥번개, 벼락 소리가 두 번째다.
매미소리는 멀리서 들으면 합창소리지만,
가까이서 들으면 시끄럽다.
천둥 벼락소리는
멀리서 들으면 하늘의 소리요,
가까서 들으면 무섭다.
시원한 소나기 소리,
새벽에 쏟아지는 새소리,
밤의 풀벌레 소리,
한 여름의 소리다.
개울물 소리와
계곡 끝에 폭포수 소리에서
시원함과 청량(淸亮)함을 느낀다.
생각만 해도 그렇다.
냉방기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는
무더위에 지친 소리다.
상상만 스쳐도 힘들다.
탁 트인 해변 모래사장으로
몰려오다 되돌아가는 파도소리는
낭만적인 꿈을 그리게 한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호젓한 숲속 절에서 들려오는
스님의 독경소리가 청아(淸雅)하다.
복잡한 머릿속을 맑게 한다.
개 짖는 소리와 닭울음소리는
멀리서 들어야 좋고
애기가 젖을 넘기는 소리는
곁에서 들어야 좋다.
같은 소리라도
멀리서와 가까이서 들을 때의
감성(感性)이 각각 다르다.
나의 마음 상태에 따라
시끄러운 잡소리로 들릴 때도 있고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로 느낄 때도 있다.
온몸에 찬물을 끼얹고
벌거숭이로 누워서 들어야 제격인 소리도 있고,
책을 읽다가 까무룩 잠이 들어 잠결에
멀리 혹은 가까서 들려오는 소리도 있다.
열대야 때문에
문이란 문을 모두 다 열어 제치고 자는데
새벽댓바람부터 부엌에서 나는 소리는
달콤한 새벽잠을 날려버린다.
하지만, 행복감을 느낀다.
귀로 듣는 소리의 느낌은
다분히 감성적(感性的)이고
눈으로 보는 풍경의 느낌은
어지간히 이성적(理性的)이란다.
예전엔 그냥 흘려버렸던, 몰랐던
자연의 소리들을
요즘에는 가만히 오랫동안 듣는다.
어떤 느낌이 다가오는지,
애써 아름다움을 찾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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