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신록(新綠)
머리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니
세상은 녹음(綠陰)으로 가득 찼다.
간밤에 비가 와서
더욱 짙어진 청록(靑綠)이
내 마음을 상념(想念) 속으로 몰아넣는다.
지겹던 겨울 색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커피향이 따뜻하다.
나는 차 맛을 모른다.
더더군다나 음미(吟味)할 줄도 모른다.
그냥 마시는 거다.
추운 겨울도 갔고,
이제 곧 더운 여름이 오겠지.
어느새 단풍이 들고
눈이 내리는 연말이겠지.
속절없이 세월을 보내는 것 같아,
허전하고 아쉽고 쓸쓸하다.
빠른 세월 앞에
나는 행복한가?
삶을 잘 살고 있는가?
삶의 근원적이고 궁극적이며,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 절실한 문제다.
행복하기 위하여
운동도 하고, 모임에도 나가고,
드럼도 배우고, 책도 읽고, 글도 쓴다.
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은가?
행복하려면 버리고 비우란다.
채우려들면 부족하니 불행해진다단다.
채울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
핑계 낌에 잘됐다.
무조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면
행복하단다.
나를 버리면
그런 생각,
그런 마음이 된단다.
나를 버려야
내가 보인다면서
창밖에 신록이
겸손하게
나에게 그렇게 하란다.
나를 버린다는 건,
자존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이제 나이 칠십에 자존심은
알량한 고집에 불과하다.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버리면 편하다는데.
내 세울 것도, 자랑할 것도,
눈치를 살필 것도, 눈치를 줄 것도,
바랄 것도, 기대할 것도,
부끄러울 것도, 창피할 것도 없다.
창밖에 신록처럼
있는 그대로 그냥 있으면 된다.
그게 자존심이요, 행복이다.
알량한 자존심을 앞세우니 문제다.
한번 흘러간 물은 다시 오지 않듯
세월도 한번 흘러가면 그만이다.
지금이 중요하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당장 버릴 것은 버려
행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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