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389

사랑하는 소이에게(06 축 첫돌!)

사랑하는 소이에게(06 축 첫돌!) 소이야! 11월2일, 네 생일이다. 주말을 이용 오늘 너의 돌잔치를 했다. 첫돌을 축하한다. 돌이라는 말은 아이의 나이를 표시하는 말이란다. “한 돌을 맞았다.”, “두 돌을 잡혔다.”, “세 돌이 된다.” 한다. 그냥 돌이라고 할 때에는 첫돌을 일컫는단다. 친/외할아버지, 할머니, 고모와 이모, 아빠, 엄마, 언니, 주인공인 너까지, 단출한 10식구지만 알차고 성대한 돌잔치였다. 돌잡이 놀이에는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터트리며 덕담을 주고받아 무척 즐겁고 행복했단다. 승이가 언니 역할을 톡톡히 해서 돌잔치가 더욱 빛났다. 힘차게 기어서 다니고, 손을 잡아주면 일어서지만, 걸음마를 곧 시작할 것 같구나. “엄마” 소리도 내는 걸보니 말도 금방 배울 것 같다. 너는 언니가..

가족 이야기 2022.10.30

큰댁

큰댁 큰댁은 아현동, 큰댁의 큰댁은 공덕동이었다. 아버님은 둘째시다. 큰아버지집이 큰댁이다. 큰댁에서 설날 차례를 지내고 나면 아버지께서는 큰댁에 가서 세배를 하고 오라신다. 또 다른 더 높은 큰댁이다. 공덕동에 다녀오라는 말씀이다. 큰할아버지의 손자 댁이다. 할아버지의 큰형님이시다. 큰할아버지는 얼굴도 모른다. 큰댁형님, 장손이다. 항렬은 나와 같지만 연세는 아버지보다 많았다. 아버지를 비롯한 삼촌들은 집안 장손이라 끔찍이 대하신다. 그 큰 큰집 자손, 8촌, 9촌 조카와 그 옛날 큰집(공덕동) 흔적을 더듬고자 대흥역에서 만났다. 맛 집으로 알려진 을밀대에서 냉면과 빈대떡으로 점심을 하고 옛 기억을 더듬었다. 8촌 형님은 91세이시고 9촌 조카는 나보다 두 살 어리고 고등학교 후배다. 두 분은 4촌 조..

가족 이야기 2022.10.06

사촌의 부고(訃告)

사촌의 부고(訃告) 사촌동생의 부음(訃音)을 들었다. 큰아버지의 둘째 아들이다. 나와 동갑인데 내가 생일이 빠르다. 수년전에 뇌졸중이 와 신체도 언어도 어눌해 고생을 해 왔었다. 아들이 공부를 잘해 서울대학교를 나와 영남대학교에서 교수를 하고 있어 대구에서 머물러 있었다. 아버지 형제는 4남2여다. 막내 고모만 생존해 계신다. 아버지는 큰집, 특히 장손을 크게 아끼셨다. 아버지 세대는 다 그랬다. 이제 누님들을 빼놓으면 4촌 형제 중에 내가 연장자다. 요즘 사촌보다 이웃사촌이라지만, 친척들 경조사 때마다 은근히 어깨가 무겁다. 친척 경조사 때나 만나는 오촌 조카들이 금방금방 커서 잘 알아보기도 힘들다. 경조사 때마다 아들 녀석에게 같이 가자고 꼬드겨 인사를 시켜야 마땅하거늘 제대로 이행을 못하고 있다. ..

가족 이야기 2022.09.19

사랑하는 승이에게 (94 동생 돌보기)

사랑하는 승이에게 (94 동생 돌보기) 사랑하는 승이야!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구나. 훌쩍 컸네! 소이가 있으니 더욱 어른스러워진 느낌이다. 동생 소이를 어찌나 예뻐하는지, 귀엽고 다정한 너의 그 모습이 몹시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구나. 소이와는 온몸으로 대화를 하던데. 얼굴표정, 손짓발짓, 온갖 몸짓으로 둘이 주고받으며 즐겁게 노는 모습이 아름답더구나. 보고 있자니 사랑과 행복감이 저절로 느껴진다. 먹는 것도, 잠자는 것마저 살피고 도와준다며 엄마가 대견스러워한다. 엄마를 도와주는 일이기도 하니, 엄마도 꽤나 흐뭇할 것이다. 소이에게는 무척 든든한 언니고, 너에게는 예쁜 동생이구나. 사랑스럽고 다정한 너의 그 마음이 예쁘기 그지없다. 사실 동생 돌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될 일이..

가족 이야기 2022.09.15

“경을 칠”

“경을 칠” “땀을 낼” “경을 칠” “이런 맹추” 어렸을 적에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자주 듣던 욕설(?)이다. 신문이나 방송을 들으시다가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이 못마땅하면 어김없이 한마디 하시는 말씀이었다. 찰지고 정겹게 느껴지며, 정겨움이 그리워진다. “경(黥)”은 봉건시대 도둑에게 가하던 형벌의 한 가지로서, 죄인의 이마나 팔뚝 따위에 죄명을 먹줄로 써넣은 것을 말한다. “경이라는 형벌을 당할 만큼 괘씸하고 막되다”라는 뜻이란다. “염병을 앓으면서도 땀도 못 내고 죽을 놈”이라는 뜻. “맹추”는 기억력이 떨어지고 행동 따위가 흐릿한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란다. 점잖은 얼굴의 어른이 내 뱉은 한마디 욕설 때문에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요즘은 그 뜻을 잘 모르는 재치어린 신조어들이 쏟아진다. 자주 ..

가족 이야기 2022.07.10

아버님 기일에

아버님 기일에 언제부터인가 기일에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고 산소에 간다. 제사상 차리기도, 가족들이 모이기도 힘들어서다. 그러다 보니 성묘 날짜를 기일 근처의 주말에 택하게 된다. 명절과 기일, 그러니까 일 년에 4, 5번 산소에 간다. 아주 어렸을 땐, 일산 할아버지 산소에 추석날에 다녀왔었다. 걷고 기차 타고 또 걷고 해서 하루를 다 보냈다. 요즘 아버님 산소는 자가용으로 간다. 젊었을 때는 주차장에서 산소까지 거뜬했었는데, 지금은 부담이 슬슬 온다. 산소에 올라가면 전망이 좋아 명당이라고 자랑을 했었는데, 요즘은 왜 그리 높은 곳에 했느냐며 볼멘소리다. 오늘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용인공원묘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뻐꾸기 울음소리가 청아하다. 비 온 뒤라 공기도 맑다. 날은 흐렸지만 상쾌한 아침이다..

가족 이야기 2022.06.27

사랑하는 승이에게 (93 어린이날에)

사랑하는 승이에게 (93 어린이날에) 사랑하는 승이, 소이!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꿈과 희망의 상징, 너희들의 날이다. 어린이날에 어울리게 날씨가 화창하구나. 가족 나들이에 안성맞춤이다! 이곳 호수공원에 곳곳에 가족 단위의 다정하고 행복한 모습이다. 아빠와 엄마가 승이를 사랑하듯 승이도 소이를 사랑하지. 보이지 않아도 눈을 감고 너를 생각하면 마음으로 전해 온단다. 모든 생물은 어렸을 때의 모습은 이름답고 신비스럽다. 더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울 때다. 승이와 소이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이 따뜻해지며 마음이 가벼워진다. 가끔 핸드폰에 저장된 너희들 동영상을 보며 혼자서 미소를 짓는단다. 너희들이 소리 내어 웃는 모습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나를 건강하게 만든단다. 보고 있노라면 흐뭇해..

가족 이야기 2022.05.06

사랑하는 승이에게(91 글쓰기)

사랑하는 승이에게(91 글쓰기)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승이! 어엿한 초등학생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씩씩하고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자랑스럽다. 그런 승이의 학교생활이 어떤지 정말 궁금하다. 선생님께 질문을 잘 하는지, 숙제를 미루는 일은 없는지, 친구들과 잘 아울리는지, 일기는 꼬박꼬박 잘 쓰고 있는지? 일기 쓰기 말인데, 글쓰기에 대해 한마디 할까. 글쓰기는 말하기와 책 읽기와 함께 평생을 두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란다. 물과 공기와도 같이 근본적이고 중요한 일이지. 글쓰기의 출발은 일기란다. 일기는 하루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기록이란다. 기록한 내용, 일기를 보며 나를 다시 보게 된다. 오늘 나를 놀라게 한 일은 무엇인가? 오늘 내가 감동한 일은 무엇인가? 오늘 내가..

가족 이야기 2022.04.14

사랑하는 소이에게(05 언니)

사랑하는 소이에게(05 언니) 사랑하는 소이야! 너에겐 언니가 있지? 너처럼 예쁘단다. 너를 참 예뻐하지. 초등학교 2학년인데 밝고 맑고 명랑하지. 아주 똘똘하단다. 아마 학교생활도 꾀나 모범일 거야. 언니! 여자 형제간에는 “언니”, 남자 형제간에는 “형”이라 부르지. 내가 어렸을 적에 형을 “언니”라고 부른 기억이 난다. 서울 사투리란다. 너를 지극히 사랑하는 언니다. 아빠 엄마도 그런 언니가 있어서 든든하게 여기지. 언니는 늘 소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열심히 찾고 찾아내지. 배가 고픈지, 잠을 자고 싶은지, 잘도 알아보지. 소이가 웃도록 온갖 재롱도 다 부리지. 엄마를 대신해서 우유도 먹여주고, 소이가 보채면 어디가 불편한지 안아주며 이리저리 살피지. 이 할아버지는 훌쩍 커버린 그런 언니의 모습을 ..

가족 이야기 2022.04.06

사촌 매형

사촌 매형 큰아버지 댁 큰 누님이다. 매형은 이북에서 온 피난민이시다. 그 시절 고난을 겪지 않는 사람이 있었나. 어제 그 매형께서 돌아가셨다는 부음(訃音)을 받았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은 들었었다. 말씀이 별로 없는 분이었다. 우직하시고 성실하고 열심히 사신 분이다. 우리 아버지를 무척 존경하셨고, 군인인 날 무척 자랑스러워하셨다. 누님은 말을 무척 아끼는 언제나 수줍고 착하고 여린 누나였다. 나에게 말은 없어도 눈빛은 언제나 곱고 다정했다. 슬하에는 2남 1여를 뒀다. 모두 공부를 잘했고 잘살고 있다. 큰아들은 우리은행에 다녔고, 홍콩 등 동남아시아에 파견근무도 했다. 매형께서는 편안하신 마음으로 하늘나라로 돌아가셨을 것이다. 파주에 이북 도민 공원묘지에 모신단다. 누님도 연로(年老)하시다. 귀..

가족 이야기 2022.03.17